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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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캔버스에 아크릴

작업은 집단적 무의식과 파편화된 기억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인간의 무의식 깊이 존재하는 선천적인 영역에 주목합니다. 융은 자아, 개인 무의식, 집단 무의식이 끊임없는 대립을 통해 조화를 향해 나아간다고 역설합니다. 그렇기에 집단적 무의식은 세대와 세대를 연결시키고, 현재의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들의 출처는 서서히 지워져 가고 우리는 다음세대와 새로운 기억을 나누어 가집니다. 저는 이러한 기억의 파편이 지워지기 전에 수집하고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에서는 할머니의 손이 자주 보여집니다. 거칠고 주름진 손들은 익숙한 놀림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타고난 성질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로부터 전해지고 축적된 파편들이 녹아 들은 손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나 움직임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 가족을 향한 입니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애정어린 손짓은 언어보다도 오래도록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병아리가 부화할 어미 닭이 부리로 알껍데기를 깨주듯, 사람 또한 줄탁동시(啄同時) 의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살면서 우리는 여러 손길들과 마주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혼자 일어설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내밀거나 잡거나 닿거나 만지거나 하는 도움으로 비로소 일어서게 됩니다. 우리는 손길을 서로 기억하고, 기억은 체화 되어 속에서 흐르게 됩니다.

 

 이렇듯 작업에서 기억의 출처에는 여성이 있습니다. 여성의 삶에 있어서 가정을 위한 희생과 노력은 마치 필연인 것처럼 이어져왔으나, 가정 내에서 여성의 존재의미는 희미해졌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거 속에서 잊고 있었던 따뜻함과 연대를 말하고자 합니다. 향수, 기억들을 감각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작품을 수용하는 과정에 있어서 여성과 세대간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깨닫는 의미가 있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