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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06

원화작품

고요한 밤이면 내 머릿속에서는 영사기가 돌아간다.

지나온 시간 들이 주마등 처럼......이루지 못한 꿈들을 채워가고 싶어서일까!

나의 삶은 매일 또 다른 희망을 꿈꾸며 살아왔다하지만 장애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

하루가 얽혀있는 굴례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든 삶이었다.

사회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도 피하기 어려웠고사람과의 관계성에 있어서 용기도 내지 못했던 나그러나 가족들의 힘으로 한걸음 씩 내딛으며 초중고를 잘 마칠 수 있었고대학이란 큰문 앞에서 장애를 고려한 학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 가장 힘들었지만 다행히 그림을 좋아하여 디자인학과를 갔다.

졸업 후 장애인으로써 사회의 문턱은 너무나 더 큰 장벽이 나의 뒤통수를 쳤다.

그러면 대학원을 가면 낫겠지다시 대학원 미술학과를 들어갔다대학원 졸업 후에도

역시나 장애는 늘 걸림돌이 되었다.

모든 것을 멈추고 싶었다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시간은 흘러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 후 마흔 중반부터 나를 돌아보게 되는 사춘기가 왔다나의 삶과 장애와 사회와 관계성 등에서 혼돈이 오기 시작했고 나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그 무렵 다시 붓을 잡기 시작했고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갔다나의 작품세계는 젊은 시절의 생각과는 많이 달라졌고가까이 있는 일상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으며일상에서 흘려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주워 모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시간에 대한 보상이랄까주로 그리운 시간 들을 작품에 그려왔었다일상에서 나의 감정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캔버스에 옮겨 왔으며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주제는 달라졌고그때마다 큰 나무 밑 둥 과 담쟁이 넝쿨에서 나의 삶이 투영되기 시작했었다첫 번째 개인전 담쟁이 그림은 첫 번째로 시집을 보냈고나무 밑 둥 그림도 시집을 보냈다잘 있겠지?

 

자연이 품어주는 삶의 고난들 대답은 없어도 나의 머릿속을 비우게 하며 깊은 심호흡을 하게 해 주며 충전기 역할을 한다

삶의 의지가 투영되어있는 내 마음에 자리 잡은 담쟁이어떤 시련이 와도 이제는 헤쳐나갈 수 있는 단단한 힘을 바탕으로 이제는 행복감을 느끼고 또 다른 내일을 꿈 꾸며 오늘도 작업을 이어간다.

작가명 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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